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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Dhaniyasutta ㅡ 숫타니파타
[제1품]   뱀 Uraga-Vagga


[숫타니파타] 다니야의 경(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유래 :

세존께서는 싸밧티 시에계실 때에 소치는 다니야는 마히 강변 언덕에 살고 있었다.
그는 원래 과거불인 깟싸빠 부처님 시대에 이만 년에 걸쳐서 매일매일 승단을 위해 20인분의 식사를 보시했다.
그는 죽어서 하늘나라에 태어나 부처님이 없는 시대를 지내다가, 석가모니 부처님 시대에 다니야는 비데하왕국에 속해있는
빱바뜨랏타 지방에 있는 담마콘다시의 부호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3만 마리의 황소가 있었고, 2만7천 마리의 소에서 젖을 짰다.
원래 소치는 일은 정주하기 곤란해서 우기의 4개월은 고지대에 머물고 다른 8개월은 풀이나
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하천변이나 호수가에 머물러야 했다.
그래서 그는 건기에는 마히 강의 분기점에서 형성된 섬에서 살았고 우기에는 고지대의 집에서 살았다.
그는 7명의 아들과 7명의 딸과 많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소치는 자는 우기의 징조를 알고 있었다.
새들이 집을 나무의 가지 끝에 짓고 게가 물 가까이에 있는 구멍을 막고 육지 가까이에 있는 입구를 드나들면
'많은 비가 올것이다.' 라고 판단했고 반대로 새들이 낮은 곳 수면 가까이에 집을 짓고 게들이 육지 가까이에 있는 입구을 막고
물 가까이의 구멍을 드나들면 '비가 내리지 않을 것이다.' 라고 판단했다.
비가 내릴 징조를 안 다니야는 섬에서 나와 49일 간 비가 내려도 침수되지 않는 지역을 찾아
우사를 짓고 거처를 마련하여 목재나 풀 등을 모아놓았다. 사방팔방에서 검은 구름이 몰려들었다.
그는 젖소에서 젖을 짜고 송아지들을 우리에 묶고 소들을 위해 사방에 연기를 피우고 모든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모든 준비를 끝내고 여기저기 등불을 밝히고 자신도 우유로 식사를 하고 큰 침상에 누워 행복을 누리며 만족하면서
사방에서 뇌성벽력이 칠때에 이 경에 나오는 자신의 시를 읊었다.
부처님은 700요자나 거리에 떨어져 있는 싸밧티 시에서 그 노랫소리를 듣고 신통력으로 다니야의 처소에 몸을 나투었다.
다니야가 노래를 부를때 마다 부처님은 그 각각의 노래에 댓구가 되는 시들을 첨가했다.
이 노래가 끝나자 다니야와 아내와 두 딸이 진리의 흐름에 든 님이 되었다.
그 때에 부처님이 자태를 드러내자 다니야와 그의 아내가 승단에 가입했다.
그 첫 열두 개의 시들은 농부 다니야와 부처님의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시들은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앞에서는 다니야의 농경생활의 유익함을 노래하고 뒤에서는
부처님이 유사한 유형으로 자신의 명상적 삶의 탁월성을 노래한다.

/ 쿳다까니까야 숫타니파타(한국빠알리성전협회)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ㅡ 숫타니파타 [제1품], Jaisalmer, india

1.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나는  이미 밥도 지었고

우유도 짜놓았습니다

마히 강변에서 처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내 움막은 이엉이 덮이고

방에는 불이 켜졌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2.
스승은 대답하셨다.

"나는 성내지 않고

마음의 끈질긴 미혹도 벗어버렸다

마히 강변에서 하룻밤을 쉬리라

내 움막은 드러났고

탐욕의 불은 꺼져버렸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움막은 자신을 가리킴.




3.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모기나 쇠파리도 없고

소들은 늪에 우거진 풀을 뜯어먹으며

비가 내려도 견디어낼 것입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4.
스승은 대답하셨다.

"내 뗏목은 이미 잘 만들어졌다

거센 물결에도 끄떡없이 건너

이미 저쪽 기슭에 이르렀으니

이제는 더 뗏목이 소용없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5.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내 아내는

온순하고 음란하지 않습니다

오래 함께 살아도

항상 내 마음에 흡족합니다

그녀에게

그 어떤 나쁜 점이 있다는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6.
스승은 대답하셨다.

"내 마음은

내게 순종하고 해탈해 있다

오랜 수행으로 잘 다스려졌다

내게는

그 어떤 나쁜 것도 있지 않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7.
소 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나는 놀지 않고

내 힘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집 아이들은 모두 다 건강합니다

그들에게

그 어떤 나쁜 점이 있다는 평판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8.
스승은 대답하셨다.

"나는 그 누구의 고용인도 아니다

스스로 얻은 것에 의해

온 세상을 거니노라

남에게 고용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9.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아직 길들지 않은 송아지도 있고

젖을 먹는 어린 소도 있습니다

새끼 밴 어미 소도 있고

암내 낸 암소도 있습니다

그리고 암소의 짝인 황소도 있습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10.
스승은 대답하셨다.

"아직 길들지 않은 어린 소도 없고

젖을 먹는 송아지도 없다

새끼 밴 어미 소도 없으며

암내 낸 암소도 없다

그리고 암소의 짝인 황소도 없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11.
소치는 다니야가 말했다.

"소를 매놓을 말뚝은

땅에 박혀 흔들리지 않습니다

'문자'풀로 엮은 새 밧줄은 잘 꾀어 있으니

송아지도 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12.
스승은 대답하셨다

"황소처럼 고삐를 끊고

코끼리처럼 냄새나는 덩굴을 짓밟으니

나는 다시는 더 모태母胎에 들지 안을 것이다

그러니 신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비를 뿌리소서."




13.
이때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지고

검은 구름에서 비를 뿌리더니

골짜기와 언덕에 물이 넘쳤다

신께서 비를 뿌리는 것을 보고

다니야는 이렇게 말했다.




14.
"우리는 거룩한 스승을 만나

얻은 바가 참으로 큽니다

눈이 있는 이여

우리는 당신께 귀의하오니

스승이 되어 주소서

위대한 성자시여.
*초기 불교에서는 부처님을 가리켜 '눈이 있는 이' 혹은 '눈뜬 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15.
아내도 저도 순종하면서

행복하신 분 곁에서 청정한 행을 닦겠나이다

그렇게 되면

생사의 윤회가 없는 피안에 이르러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될 것입니다."





16.
악마 파피만이 말했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인해 기뻐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로 인해 기뻐한다

사람들은 집착으로 기쁨을 삼는다

그러니 집착할 데가 없는 사람은

기뻐할 건덕지도 없으리라."




17.
스승은 대답하셨다.

"자녀가 있는 이는 자녀로 인해 근심하고

소를 가진 이는 소 때문에 걱정한다

사람들이 집착하는 것은 마침내 근심이 된다

집착할 것이 없는 사람은

근심할 것도 없다."







숫타니파타는 불교의 수많은 경전 중에서도 가장 초기에 이루어진 경전이다.
그래서 역사적인 인물로서의 불타 석가모니와 초기 불교를 이해하는 데에 아주 요긴한 자료가 되고 있다.
숫타니파타는 경Sutta의 집성Nipata이란 뜻, 줄여서 경집經集Sutta-nipata이라고 한다.
팔리어로 된 남전대장경중 소부경전에 수록되어 있다.
이 경전에는 발전, 수정되기 이전의 소박하고 단순한 초기 불교의 모습이 그대로 옮겨져 있다.
여기에서는 후기에 이루어진 경전처럼 교학적이거나 번거로운 교리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불타 석가모니는 단순하고 소박한 형식으로 인간으로서 가야할 길을 펼쳐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부처님에 대한 호칭도 '눈뜬사람' '눈이 있는 분' '거룩한 스승' 정도로 평범하게 표현되어 있다.
이 경전을 대하는 사람들은 그 단순한 형식이 먼저 눈에 띌 것이다.
대승경전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싱겁게 여겨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초기경전의 단순 소박한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있다.
우리들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불교 술어는 아주 후기에 이루어진 것이고,
초기에는 풀어서 쓴듯한 이런 표현으로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불교 술어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이런 단순한 표현이 접근하기에 쉬울 것이다.
그리고 군데군데 살아 있는 불타 석가모니의 인간미가 배어 있는 점에 유의하게 될 것이다.
이 경전의 대부분은 본래 운문인 시의 형식으로 되어있다.
읽히기보다는 읊어졌던 것이다.
시가 지닌 운율의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언어의 구조가 다른 말로 옮기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아예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데에 치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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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ㅡ 숫타니파타 강론(1990년) 서문 中